
곡 소개
쇼팽의 녹턴 내림마장조 Op. 9 No. 2 (Nocturne in E-flat major). 흔히 ‘쇼팽 녹턴 2번’이라고 부르는 곡입니다. 오른손은 조용히 노래하고, 왼손은 그 아래에서 넓게 움직입니다. 듣는 동안에는 오른손만 기억에 남기 쉬운데, 막상 건반 앞에 앉으면 왼손이 꽤 바쁩니다.
이 곡의 매력은 선율이 돌아올 때 생기는 작은 차이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담백하게 들리던 노래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장식음을 달고, 음과 음 사이를 조금 더 돌아갑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는데 말투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익숙한 첫머리 뒤에 같은 멜로디가 어떻게 돌아오는지 따라가 보세요.
녹턴은 무슨 뜻일까요?
녹턴은 우리말로 야상곡이라고 부릅니다. 피아노 녹턴을 발전시킨 존 필드의 흐름을 이어, 쇼팽은 노래하는 선율과 섬세한 반주, 풍부한 장식으로 장르를 넓혔습니다. 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차분함이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작고 느리게만 치는 음악은 아닙니다. 선율이 높아지고 소리가 커지는 순간을 거쳐야 마지막의 고요함도 더 깊게 들립니다.
‘Op.’는 작품번호를 뜻하는 Opus의 줄임말입니다. Op. 9에는 세 곡의 녹턴이 있고, 이 곡은 그중 두 번째입니다. 세 곡은 피아니스트 마리 플레옐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영문 제목의 E-flat major는 내림마장조라는 뜻으로, 조표에는 시·미·라에 플랫이 붙습니다. 악보를 찾을 때는 ‘녹턴 2번’과 함께 Op. 9 No. 2, 조성까지 확인하면 다른 작품과 혼동하지 않기 좋습니다.
느린 곡인데 왜 어렵나요?
빠른 음을 많이 치는 것만으로 난이도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왼손은 낮은 베이스와 중간 음역의 화음 사이를 계속 오갑니다. 위치를 정확하게 찾으면서도 반주가 오른손의 노래를 덮지 않도록 소리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동에 집중하면 화음이 커지고, 소리를 줄이려다 다음 자리를 더듬기 쉽습니다.
오른손에는 장식음과 빠르게 이어지는 음형이 나옵니다. 음을 하나씩 맞히는 일과 함께, 그 사이로 중심 선율이 계속 들리게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체르니 몇 번’이나 ‘몇 년 배우면 가능하다’는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왼손의 넓은 이동, 양손의 음량 차이, 장식음 뒤에도 이어지는 선율을 각각 다룰 수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 유용합니다. 여기 실린 피아노 독주 악보는 이런 움직임을 덜어낸 입문용 편곡과는 다릅니다.
12/8박자, 장식음과 루바토
12/8박자는 여덟분음표 열두 개를 모두 같은 무게로 세기보다, 셋씩 묶인 네 덩어리의 흐름을 느끼면 읽기 편합니다. 왼손의 낮은 음과 뒤따르는 화음이 이 흐름을 만들고, 오른손은 그 위에서 긴 문장을 노래합니다. 연습할 때는 작은 음들을 정확히 나누어 익히되, 완성된 연주에서는 매 음마다 악센트를 주지 않도록 들어보세요.
여러 연주를 비교하면 어떤 음에 오래 머무는지, 장식음을 얼마나 가볍게 지나가는지부터 다릅니다. 선율의 호흡에 따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루바토가 이런 차이를 만듭니다. 막히는 부분마다 느려지는 것과 음악의 문장에 따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다릅니다. 느린 연습에서 박의 위치와 양손이 만나는 지점을 먼저 익히면 호흡을 만들기도 수월합니다.
악보 자체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곡에는 쇼팽이 제자들의 악보에 남긴 장식음 변형도 전해집니다. 녹음의 음이 내 악보에 없다고 바로 오음으로 단정하기보다, 어떤 판본과 변형을 선택했는지 살펴볼 만합니다. 장식이 많을수록 좋은 연주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의 단순한 노래가 들려야 장식이 더해지는 순간도 살아납니다.
처음 연습할 때와 마지막까지 들을 때
왼손만으로 낮은 음과 다음 화음의 위치를 천천히 익혀보세요. 화음을 누르기 전에 다음 자리를 미리 준비하고, 양손을 합쳤을 때는 반주 위로 선율이 들리는지 확인합니다. 페달로 이동을 가릴 때는 화성이 바뀐 뒤에도 앞의 소리가 섞이지 않는지 들어보세요. 장식음을 잠시 덜어 중심 선율의 흐름을 익힌 뒤 음을 더해가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끝부분에는 senza tempo라는 표시가 등장합니다. 엄격한 박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는, 노래 끝의 짧은 독창 같은 대목입니다. 빠른 음형만 처리하고 지나가기보다 그 뒤에 음악이 어떻게 가라앉는지까지 들어보세요. 첫머리의 부드러운 한마디가 마지막의 여운으로 이어질 때 이 곡의 긴 호흡이 완성됩니다.
수정 제안
다른 무료 악보 보기
다른 곡도 계속 둘러보려면 무료 악보 목록으로 이동하세요.